당근 시대에 맞게 작년에 화분 무료 나눔을
받았는데, 죽었나 살았나 하는 난(蘭)이 축 처져
있었다. 개업식 화분으로 엄청 큰 화분도 아닌
한 뿌리 난꽃을 피웠을 것 같은 그런 화분,
개업식 때 리본 달고 와서 몇 달 꽃 보여주고
들러리 섰을 것 같은 화분에 불쌍히 풀 죽어
있던 화분이었다...
얘를 버리고 다른걸 심어 말아;;
화분 사이즈가 애매해 마땅히 심을 것도
없어서 혹시나 하면서 다른 화분에 물을
주면서 얘한테도 함께 분무질을 해댔다.
그냥 열심히 내가 물을 마시고 싶을 때
서서 걔도 목마르겠지 하면서 마지막 일 것
같은 생명에 숨을 불어넣듯 물을 뿌려댔다.
그런 아이의 잎사귀에 힘이 좀 들어가는
듯하더니 먼가 튀어나온다.. 이게 머지...
뿌리인 듯.. 굵은 것이 나온다... 징그럽기도
했지만 살아 있음을 표현하는 것을 그냥
신비롭게 바라보았다.
꽤 시간이 흘렀는데 뿌리와는 다른 먼가 가
비집고 나온다. 이건 다른데?? 그것이 알고
보니 꽃대였다. 서양란을 보기만 했지
키워보지는 안 해서 몰랐는데 꽃대가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 그래서 작년 몇 달 동안
예쁜 꽃을 오래도록 보았었다.
그 애가 올해는 꽃대가 두 개나 올라와서
지금 이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신기해서 매일보고 또 보고 물을 뿜어대며
생명을 쉼 없이 불어넣고....
너도 나도 삶에 감사하며 살자꾸나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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