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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때의 일이다.
너무 아팠었는지 언니가 학교가는길에 나를 데리
고 약국에 갔다. 부모님은 새벽에 일찍 포도를 팔
러 나가시면서 언니보고 동생 약사먹이고 학교
등교 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알약이 안넘어갈까봐 동네 약사님이 가루약을
주셨는데, 입에 넣자마자 바로 욱~하면서 뱉어
버렸다.이번에는 알약으로 딱 한알만 먹이기로
하고 나의 입속으로 알약이 들어 왔다.언니가
물을 한컵가득 따르더니마시라고 했다.
그런데 약이 혓바닥에 붙어 안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한컵을 따르면서 마시면서 동시에 꿀꺽
넘기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실패;;; 이젠
약사님도 함께 내옆에 붙어서서 크고 누런
주전자를 들고, 언니는 컵을 들고, 계속 물을
들이키게 했다.
나는 울면서 알약이 안 넘어 간다고 숨 넘어
가듯이 흐느끼고 물을 마시고를 반복했다.
결국 물에 녹다가 만, 혀에 붙은 알약을 손으로
냅다 꺼내 던지고 난 가방을 들고 학교로 울면
서 갔다.
그날 누런 주전자안에 든 물을 거의
다 마셔서 배가 불러 죽는줄 알았다.
결국 언니는 읍내 나가 버스를 타고 고등학교
까지 가야는데 지각을 해서 혼났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언니의 아이들,그 아이의 아그들
손주들 조카들의 아들들, 모든 친정 식구들
에게는, 대를 이어 약을 먹일 때마다 나오는
전설이 되고 말았다. 약도 못먹이고 학교
지각했다고 아직도 막내 동생을 놀리면서
배꼽잡고 웃는다.
그런 언니가 있어서 지금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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