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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일기

어머니 간병 5년째, 제 인생은 어디 있나요?#3.장년 상담일기

by 제이훅 2025. 5. 24.

 

💬 상담 일기 속 이야기

어머니가 쓰러지신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처음엔 “금방 회복되실 거야” 생각하며 병원을 들락날락했고,
요양 병원도 알아보고, 간병인을 구했다가 사정상 내가 직접 돌보게 됐다.

그렇게 5년.
매일 출근 전 어머니 상태 체크, 퇴근 후 병원 들러 밤늦게 귀가.
일과 돌봄 사이에서 숨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낸다.

내가 아플 틈은 없다.
슬프다 말할 시간도 없다.
누가 도와주냐고 묻는다면… 없다.
형제는 있지만, “네가 그래도 제일 가까우니까…”라며 슬며시 발을 뺀다.


그렇게 내 시간은 멈췄다.
주말에도 마음 편히 나들이 한 번 못 갔다.
친구와 약속을 잡다가도
“어머니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취소하거나 미뤘다.

하루는 친구가 말했다.
“넌 왜 늘 어머니만 챙기니? 네 삶은 없어?”
그 말이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그래, 내 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


👤 왜 ‘간병’이 나를 이렇게 무너지게 만들까?

간병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대신 살아주는 일이다.
그 사람이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대신해주며,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덜어내야 가능해지는 일이다.

간병을 오래 할수록,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는다.
‘나는 누구였지?’라는 감각이 흐릿해지고,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라는
존재감의 혼란이 밀려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은,
그 수고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들이다.

  • “넌 자식이잖아.”
  • “부모니까 당연히 해야지.”
  • “그래도 건강한 너니까 가능하지.”

이런 말들은 돌봄을 ‘의무’로 만들고,
그 의무는 결국 자기 소진으로 이어진다.


🧠 상담자의 말

간병 속의 나, 다시 찾기 위한 첫걸음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닙니다.
지친 겁니다.
당신은 무책임한 게 아닙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오랫동안 무거운 걸 짊어졌던 것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기억해 주세요.
내가 살아 있어야, 누군가를 끝까지 돌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죄책감보다 지속가능한 돌봄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 오늘의 작은 실천

🟠 1. ‘돌봄 계획서’를 써보세요

  • 모든 돌봄을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 형제나 가족들과 간병 일정을 분담하거나,
    방문 요양 서비스, 지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확인해보세요.

🟠 2. ‘나를 위한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 하루에 30분이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세요.
  • 산책, 음악 듣기, 카페에서 혼자 멍 때리기… 작아도 괜찮습니다.
  • 이 시간은 죄책감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입니다.

🟠 3. 감정 일기를 써보세요

  • “힘들다”는 말을 혼잣말로라도 해보세요.
  •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야 내면이 비워지고,
    돌봄의 여백이 생깁니다.

 


💌 마무리 글 – 당신의 인생은 여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보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나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돌봄 속에서도, 당신의 인생은 분명히 존재하고 살아 있습니다.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보고,
지친 나를 쓰다듬어 주세요.
그리고 조용히 말해 주세요.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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